지난 13일 밤 집으로 휙 돌아 와 버렸습니다.
갑자기 몰아 닥치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…. 그 난데 없는 외로움에는 그럴만한 약간의 사정이 있었습니다.
12일 위문공연단의 방문이 있었습니다. 모두 3명.
그들의 방문을 앞두고 11일 오후 부터 12일 오전 내내 숙소 청소 및 정리를 했습니다.
작은 방 두개 작은 부엌 아주 작은 복도 겸 거실, 그리고 마당.
빨래 설겆이 등등.
숙소 안팎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고 위문 공연단을 맞았습니다. 토종닭 3마리 구해서 백숙 만들어 온 주민들 다 초대해서 백숙 파티를 벌였습니다.
여기까진 좋았는데 파티가 끝날 무렵. 전원이 그날 돌아 가야 한다고 하네요.
세상에, 그러려면 뭐하러 이 먼곳까지?
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습니다. 꼭 가야할 사정이 있다고 합니다. 어찌 어찌 한명은 붙들어 앉혔지만 둘을 그날 밤 떠났습니다.
한명은 그날을 저의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인 13일 오후 떠났습니다.
그를 바래다 주고 숙소로 돌아 오니 난데없이 저의 처지가 한심하게 느껴 졌습니다.
나도 집에 가면 가족이 있고 개 두마리에 고양이까지 한마리 있는데….
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.
에라 집에 가자.
짐을 주섬 주섬 챙겨 차에 싣고 있자니 동네가 난리가 났습니다.
조항리 마을 전경 (산에서 내려 오며)
“아니 왜 벌써 가냐?, 이달 말에 간다고 하지 않았냐?”
“갈거면 갈거라고 며칠전에 알려 줘야지 이렇게 갑자기 떠나면 섭섭해서 어떡하냐?”
“뜨신 밥이라도 한끼 먹여 보내야 할건데 이렇게 보내서 어떡하냐?”
‘갑자기 집에 일이 좀 생겼다’고 둘러대며 그냥 짐을 챙겼습니다.
두 할머니와 한 아주머니 그리고 한 청년(그래 봐야 50대)은 ‘너무 섭섭하다’며 이것 저것 마구 차에 실어 주는 군요.
고구마, 감자, 양파, 감, 고추, 가지 그리고 고추장도 큼직한 병에 두병씩이나.
저는 드릴 것이 없어서 쓰다남은, 먹다 남은 ‘도시의 흔적’을 나눠드렸습니다. 그리고는 먼길을 떠났습니다.
마을 주민 전원의 배웅을 받으며….
“겨울 되기 전에 한번 더 올랑교?”
“내년 봄에 꽃 피면 한번 오소”
“내년 여름에 휴가 삼아 한번 오소”
“내년 가을에 송이 나면 또 올거지요?”
많이 아쉽더군요.
있는 동안 그 분들께 좀 더 잘 해드릴 걸. 집에 간다고 미리 예고하고 며칠 송별회라도 할 것을.
송이산으로 올라 가는 길
송이는 한 올도 구경조차 못했지만 조항리에서의 한달.
나름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는 생각입니다. 그러나 너무 아쉽군요.
조항리를 또 갈 일이 있을까?
올해는 아마 힘들 것 같고, 내년엔 내년이 돼 봐야 알 것 같습니다.
집에 와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 보니 어느듯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군요.
이제 곧 숙소 주인 아주머니는 산 아래 마을로 내려 갈 것이고 그러면 산 마을에는 두 할머니만 남게 됩니다.
두분은 가진 것 없이 이 겨울을 어떻게 나실지?